詩 / 靑松 권규학 지난해 네가 있던 자리
그곳에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사리사리 살살이
가녀린 옆구리 흔들며
도로변을 점령한 너
나약하나 신비로운 모습으로
우주의 생명력을 담고
신이 만든 최초의 꽃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얀 이마
빨간 입술
연분홍 예쁜 얼굴
꽃술 안에 아픔과 외로움을 묻고
꽃송이마다 아름다운 미소를 짓네
새로움에 두려워하기보다는
늘 변화하지 않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너, 살살이 꽃이여!
끊김 없는 마음
끊어짐 없는 의지
결코 단절되고 싶지 않은 너
너는 아직 길들여 지지 않은
더없이 맑고 청초한 영혼
내 가슴엔 늘, 네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