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이효녕
구절초 꽃이 핀 것이
화사하게 웃을 때 세상을 봅니다
꽃잎의 향기가 넘치는 곳에
이름 모를 풀벌레가 울고
울음 끝에 이르면 그리움이 어립니다
소리없이 멀리 가버린 사람이여
떠나간 빈자리가 더 넓어 보이는 것이
내 그리움이 더 깊어진 때문인지요
억새가 너울거리는
그대의 빈자리 위로
나는 한 마리 풀벌레가 되어
울음소리를 보냅니다
하루가 짧게 내려앉은
풀잎 사이 떠도는 그대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나 먼 하늘만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