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멈추고 싶으면 멈출 수 있어서 편하단다.
끝을 정해 놓았지만,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다스려 조금만 더를 외치다가
연장되어버린 결승선을 통과하는 후련함 때문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가끔은 신이 창조한 피조물들에게 속았다는 어리석음 때문에
지랄같은 세상이라고 따지다가도
한바탕 흠뻑 젖고나면
별 것 아닌 것으로 속상해 했던 패배감 역시,
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깨닳곤
길섶에 주저 앉아서
가쁜 호흡을 고르는 상쾌함이 나에게 주어준 나머지 시간이란다.
십 수년을 떠돌아다닌 장돌뱅이기에
어느 곳에서도 다시금 되살아나는 두 배의 넉넉함이
내가 누릴수 있는 특권인가보다.
처음으로 편지를 썼던 그 곳이란다.
말하지 않았던 것도 읽어주는 너의 눈빛이 고와서
무작정 달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퍼주는게 습관이 되어버린 친절한 거레처의 문을 박차고 나서니
가을 만큼이나 하늘은 푸르렀고
봄 처럼 바람이 간지럽길래
결국은 참지 못하고서 문자를 보냈단다.
『막대풍선에 바람을 가득 채워보렴
흔들리지 않는 단심이 보인단다』
곁에 있었으면 지나간 이야기들을 후적거려가면서
시비를 안주 삼아
투덜거리는 술 맛이 근사했을텐데
우리들의 겨울은 또 다시 여념이 없구나.
너 만큼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022406 달이
어느날 습관처럼 텅 빈 공원을 걸었습니다.
문득

구석에 있는 공중전화를 발견하곤
수화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습관처럼 전화를 걸려 했지요
그 누군가는 
이미 내곁에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난
어렸을 때를 기억합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렸을 때 말이죠
엄마곁에 누워 잠이 들었었죠 한참을 자고 일어난 후에
곁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슬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큰소리로 한없이 
울었드랬습니다
그와 헤어진 후에 
마지막이라는 말을 참 많이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막이란 말을 믿을 수가 없었지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깨닫게 되었고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아직도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알지 못합니다

내 곁에 있어야할 사람이 없음보다 더 슬픈 존재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