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들

미국판 친환경 흙집 - CAL-EARTH

스타도나 2013. 8. 1. 12:01

 

최근 우리문화나눔회의 서승혜 교수로부터 흙과 모래푸대, 그리고 철조망 만으로도 건축이 가능한 간단한 건물양식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이런 건축양식은 Cal-Earth라는 비영리 단체가 연구하고 홍보하고 가르치고 있는데, 마침 오늘 Cal-Earth에서 이런 건축에 대한

소개가 제공된다고 해서 방문해봤다.

 

Cal-Earth는 이 엘에이 북동쪽의 필란 인근에 위치했는데, 엘에이에서는 약 80마일(약 120킬로미터) 떨어져있다.

 

오늘 방문에는 우리문화나눔회의 이용식 선배와 가주생협의 양선생님이 동참했다.

 

이쪽 지역은 고산지역이면서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편이라서 농사에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해서 농장들이나 목장들이 많았는데,

지난 수십년사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개발붐이 일어서 새로운 주택들이 대형으로 공급된 지역이다.

 

차에서 내리자마다 첫 인상은 더위. 일단 고산지대인지 의심이 갈만큼 햇볕이 따갑다. 그리고 Cal-Earth 곳곳에는 벽돌로 만든 작은 모형이나

흙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나무사이로 보인다.

 

도착은 10시 좀 넘어서 했는데, 11시부터 흙으로 만든 친환경 건물에 대한 소개가 제공된다고 한다. 그래서 먼저 흙집들을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이재민들을 위해 고안된 흙집들)

 

(겉으로는 시멘트 같아 보이는데, 사실 흙으로 만든 식수대. 단단하기로 보자만 콘크리트 못지 않아 보인다)

 

(이재민들을 위한 흙집 내부. 작지만 한두명이 생활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어보인다)

 

(통풍이 좋으라고인지 곳곳에 구멍이 뚤려있고, 천정에 큰 구멍과 창문들 덕분에 조명이 따로 필요없다.)

 

 

(흙집을 둘러보는 양선생님)

 

(흙 틈새를 보면 쌀포대와 비슷한 재질의 모래 푸대와 철사가 보이기도 한다.)

 

이재민들을 위해 디자인한 집은 상하수도나 전기시설이 없다. 하지만 조건에 따라서는 하루에 집한채를 짖는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채의 집은 약 2~3명이 누울 정도로 단촐한 편이다. 내외부 구조는 거의 원형이다. 대부분의 집 지붕은 구멍이 뚤어져 있어서

햇볕을 받게 되어있다. 벽에는 구조상 큰 창문을 설치하지 않지만, 대신 환기구로 쓸수 있는 구멍과 작은 창문들이 곳곳에 뚤어져있다.

벽은 매우 두꺼운 편이어서 적어도 50~60센치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내부공간은 밖에서 본것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덕분에 단열제 없이도 충분한 보온 및 보냉이 가능해 보인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집안에 들어가면 서늘함이 느껴진다.

 

(공공장소로 이용되는것 같아 보이는 화토불터)

 

(아기자기한 집안에서 창문을 내다보던 어느 방문자의 아이)

 

(뚤린 천장. 이 집은 천장에 유리가 깔려있다.)

 

(아담한 실내공간)

 

(부엌. 중앙에 싱크대가 있고 왼편에는 냉장고가 있다)

 

(샤워장)

 

작은 가족이 살만한 어느 집에 들어가봤다. 손쉽게 만들어낸 다른 건물들과 달리, 이 집은 회벽에 페인트를 발라서 특이한 건축양식만

아니라면 아담한 집같다. 부엌과 샤워, 화장실도 있다. 다만 침실 없이 거실만이 덩그러니 있다는게 조금 아쉬울 뿐...

대낮에는 천정의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특별한 조명이 필요없고, 천장은 유리창으로 보호되어있다.

이 집에는 별다른 냉난방 장치가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밖과는 차이나게 시원하다.

 

(초증학교때 찰흙으로 만들었을법한 간단한 구조의 건물들)

 

(외장을 특이하게 주먹만한 흙덩이로 장식한 집들도 있다.)

 

(완성된 집중에 하나를 돌아오던 양선생님[왼쪽]과 이용식님[오른쪽])

 

(미완성의 집들을 돌아보는 일행들)

 

손으로 몇번 쓰다듬기만 해도 흙이 흘러내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두드려봐도 콘크리트 벽과 차이를 잘 못느끼게끔 단단한 벽도 많다.

흙을 살가마니 같은 포대에 넣고, 그 틈새에 철망을 넣어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한 비교적 단순한 구조인데, 어떻게 하면 흙을 이정도로

단단하게 강화시킬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특별한 약품을 흙에 섞는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작은 집들을 지나서자 원통형으로 긴 집들도 나왔다. 한쪽 구석에는 원통형 집을 만들때 지붕의 기반으로 사용되는듯한 모형물도 보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예 철제 원통형 건물의 외벽에 흙벽을 추가하다만 건물도 보인다. 한쪽 구석에는 건초더미이 있었는데,

흙 사이에 건초를 넣어서 강도 향상을 확인하는 작업도 하는듯 하다. 대부분의 집들은 단지 흙만으로 지어졌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재로와 도구를 사용해서 여러가지 집을 시도해 보는것 같다.

 

(원통형 집의 지붕을 만들때 기반이 되는것으로 추정되는 원통형 보형물)

 

(손으로 조금 쎄게 쓰다듬어도 조금씩 부서져 내리는 흙벽을 확인하는 일행들)

 

(왼쪽의 2/3가량이 흙으로 덮은 건물, 철제로 된 건물 위해 흙으로 되는 벽을 추가해서 보온기능등을 추가하는 것 같다.)

 

(철제 벽이 들어난 원통형 건물)

 

(원통형 건물을 지을때 기준이나 지탱역할을 하는것으로 추정되는 철제 구조물)

 

(흙으로 지은 집들도 많지만, 곳곳에는 작은 규모의 벽돌 건물들도 있다. 혹시 개집? ㅎㅎ)

 

(자연에 일부인듯 녹아든 건물들)

 

(바닥에 쌓인 T자 모양의 구덩이와 모래푸대들. 다른 건물을 짓기에 앞서 기반을 작성하는것 같아보인다.)

 

(건축중인 건물. 나무로 문과 창문이 들어갈 곳의 공간을 확보하고 모래주머니를 쌓아가는것 같다.)

 

(바닥에 못을 박고, 거기서 쇠사슬을 이용해서 거리를 균일하게 유지하도록 측정하는것 같다.)

 

 

 

(일부 흙벽은 사진에서 보는것과 같이 쉽게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건물중 하나. 거실 세개가 교차하면서 거주공간을 만들어낸다.)

 

(건물에는 벽난로가 포함된 곳이 많았는데, 벽난로의 상층부는 돔형으로 보호되어있다.)

 

(강당으로 사용되는 대형 건물중 하나. 빛을 자연스럽게 방안에 분산하기 위해 천정에 천을 하나 걸어놓고, 건물 북쪽에 천을 한장

더 늘어트린것 같아 보인다. 원형 창문 틀의 장식들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건물들)

 

(내부의 타일이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과 잘 어울린다.)

 

(색을 넣은 유리로 실내 분위기를 잡는 원형 창문. 다른 건물과 달리 이 건물의 천장은 수평이 아니라 남향으로 기울어져있다. 

햇볕을 활용하기 위한 도안 아닐까 싶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형건물)

 

(거실에서 부엌과 현관을 바라보며 찍은 한장)

 

(부엌에서 바라본 두개의 거실)

 

 

(오른쪽에는 화장실도 있다) 

 

오늘 돌아본 건물중에 가장 인상적인 건물은 마지막에 돌아본 대형건물이다. 원통형 건물구조 몇개를 절반씩 어긋나게 이어서 방을 나눴다.

차를 넣을수 있는 차고도 두대나 있고, 건물을 신경써서 만들었다는 티가 강하게 난다. 침실 2개, 거실 2개, 그리고 부엌 하나의 구조다.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어보인다. 되려 인테리어에서 기발함도 묻어난다. 규모가 커서인지 다른 건물에 비해 약간 더운 편이지만

천정의 선풍기만 틀어도 충분히 시원하다. 샤워도 있고, 벽난로와 각 방으로 이어진 난방장치도 보인다.

 

정신없이 집들을 돌아보다보니 어느새 11시가 지난 11시 반정도. 11시부터 세미나 같은게 시작된다고 하는데, 어딘가 알아보니,

아까 우리가 지나친 강당건물이다. 세미나는 흙을 이용한 건축양식을 처음 개발하고 Cal-Earth라는 비영리 단체를 창시한

NADER KHALILI의 아들이 직접 진행했다.

 

NADER KHALILI은 이란출신 건출 설계사로 나름 그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돈을 많이 벌었지만, 돈이 인생의 목표를 완성할수 없다며

새로운 거주방법을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전통적인 흙집이 비가 올때면 약해지면서 천정이 내려앉는것을 고민하던 제3국가의 빈민들

보면서 새로운 건축 디자인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는 흙으로 만든 집의 내구도를 올리는 대안으로 불을 제시했다고 한다.

유난히 강도가 높은 흙벽의 비밀은 바로 불. 간단히 설명하자면 흙으로 집을 지은 이후 강한 화력으로 집을 구어 대형 초벌구이 토기를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약물처리로서 강화됐을거라 생각했던 흙벽은 열기로 구어졌던거다.

 

NADER KHALILI는 나중에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달에 건물을 짖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인정을받게된다.

지구에서 건축자제를 우주로 운송하는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달에 기지를 건축하는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대신 NADER KHALILI는 강화된 푸대에 달표면의 흙을 집어넣고 태양열을 이용해 구어냄으로서 안정적인 건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후 그는 그 아이디어를 더욱 개량해서 자연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지을 수 있는 건물을 개량했다고 한다.

이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는데 2008년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제는 그의 아들과 딸이 그의 꿈을 이어가고 있단다.

 

구제적인 내용까지는 모르지만 Cal-Earth의 주장에 따르면 이 건물은 열기나 냉기, 지진, 폭풍, 강한 비바람에도 버틸수 있다고 한다.

샌퍼난도 카운티는 바람이 많이불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며, 지진발생 지역이기 때문에 주택이 접한 거의 모든 문제점을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아버지의 꿈을 설명하는 NADER KHALILI의 아들. 이날 세미나에는 약 70~80명이 참여했다.)

 

정말 인상적인 아이디어다. 빈 땅이 있다면 직접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정도다. 어쩌면 한국의 초가집이나

황토벽의 아이디어를 적용해서 좀더 건강에 좋은 건축양식을 만드는것이 가능할수도 있을것 같다.

 

현재 Ca-Earth는 건축양식에 대한 청사진을 포함한 건축설명서를 책자로 판매하고 있으며 4일, 6일 및 4주 주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방법을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건축강습을 받고 싶기는 한데, 비용이 가장 저렴한 4일 강습코스도 $1100나 들어간다.

다른 프로그램은 $2000이 넘어가기도 한다. 더구나 강습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일로 휴가를 다로 내지 않고는 사실상

내가 참석하기 어려운 일정이다. 하지만 가능만 하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것 같다.

 

이 건축양식은 현재까지 샌퍼난도 카운티에서는 인정하지만 엘에이 카운티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다.

엘에이카운티도 이런 건물을 인정해주면 좋을텐데...

 

(돌아오는 길에 산에서 내려다본 엘에이 방향. 스모그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실 들어가는 비용만으로 보자면 중고 모빌홈을 구입해서 집안 마당에 세워놓는것이 가장 싸게 먹히고, 편리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돌아오는 길에 심각한 스모그를 보면서 다시한번 우리의 삶이 더욱 자연에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된다. 

나무를 덜 사용해서 집을 짖는다면, 그만큼 자연에 적은 부담을 주지 않을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흙으로 건축하는 양식을 배우고, 직접 시도해보고 싶다.

 

Cal-Earth의 공식 홈피 주소: http://caleart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