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내-
난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눈꺼풀 하나 꿈쩍이질 못해서 감겨주고, 치켜줘야 그나마 볼 수 있는 그런….사람들은 나 같은 상태를 가리켜, 식물인간 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표면적인 의학의 길잡이를 이용해서, 나의 상태를 단순하게 가늠해 버렸다. 난 다 들리고, 볼 수도 있었으며, 맛까지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표현에 옮길 도구가 마땅치 않았을 뿐….내가 기사회생하듯, 벌떡 일어나 증언하지 않은 다음에야, 이런 속안의 사정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도저히 불가능 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여보, 보여요? 또 아침이에요.’
아내가 내 눈꺼풀을 열고, 아침을 밝혀준다. 내가 뜨고 싶진 않아도, 아내는 정확하게 9시에 내 눈꺼풀을 열어준다. 그 다음부터는 어찌 되냐구? 감겨 주기 전까지는 그냥 천장이 내 세상인 채로 지내는 거다. 내 안구 점막은 시시각각 말라 들어오고, 간간히 넣어주는 안약이나, 안연고가 그나마 나에게는 구세주다. 단 일 밀리도 안구가 꿈쩍도 않는 상태에서, 언제나 보여지는 천장만이 있다고 상상해 본다면, 나의 지루함이 어느 정도 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여편네 하고는…… 눈깔만 열지 말고, 하다못해, 애기들 지능개발에 쓰이는 허접한 모빌 이라도 공중에 달아 놓을 것이지….하긴, 달아 놓아도 동작불능의 동공으로 인해, 초점 맞추기도 어려우니, 별 소용은 없었을 것이다. 난 천장을 노려보다 기어이 뚫어지는 상상에서부터 안 해본 것이 없다. 이렇게 누워 있으면서 보이는 것은 내 눈 위로 왔다 갔다 하는 아내의 상반신과 피곤에 찌든 얼굴……그리고, 간호사와 담당의의 무표정한 얼굴이 전부였다. 별로 진전이나 차도도 없으면서, 눈깔은 왜 그다지도 후레쉬를 비춰대면서 살펴 보는지…..그래도 마누라가 나에게는 더없이 고맙기만 하다. 하루에 한번은 침대에서 일으켜, 나의 무료한 시선을 그나마 달래주려고, 꼭 재미있는 드라마나 쇼프로를 할 때쯤 이면,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데, 이게 사람, 뻑가게 만든다. 개그프로에 나온 삼식이랑 만사마의 바뀐 춤으로 인해 웃기긴 하는 것 같은데, 동작은 보이질 않고, 까르르 대는 웃음소리만 들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내의 웃음소리는 항상 들리질 않았다. 이렇게 누워 있은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가니, 그럴 법도 했다. 별로 넉넉하지도 않은 살림에, 나까지 병원비 뭉텅뭉텅 까먹으면서, 이렇게 기약 없는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자니, 웃음이 나오겠는가 말이다.
‘지난 밤에 별다른 변화가 있었나요? 자, 어디 봅시다. 유린(오줌)도 이만하면 양호하고….’
나에게는 평상시, 자유자재로 조절과 참기가 가능했던 배설작용조차, 이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 무식하게 생겨먹은 간호사 년이 무슨 닭꼬치 꿰듯이, 사람 아파 디질 것처럼, 뇨관을 그 좁은 좇구녕 사이로 찔러 넣는데, 눈물이 찔끔 다 나왔다. 진짜로 눈물이 나온 건 아니고, 그건, 뭐 거짓말 쫌 보태서 한 말이긴 해도, 사람들은 이런 상태에서 느낄 수 없다고 단정짓는 버릇을 난 호되게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 죽은 거 아니거덩요? 다 느끼고, 지랄 떨 쭐 알거덩여?##
그 말이 목구녕이 아니라, 혀끝에서 조차, 뱅뱅 돌았지만, 마음뿐이었다.
‘눈동자가 조금 움직인 거 같았는데여….’
‘이런 상태에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동공이 빛에 아무런 반응을 하질 않는다고 말씀 드렸죠? 가끔 눈을 껌뻑 하기도 하고, 눈 주위가 부르르 떨릴 때도 간혹 있습니다. 누차 말씀 드렸지만, 그건 반사적인 본능의 전달이지, 스스로의 의지가 가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놀라실 것 까지는 없지요.’
개쉬키 같으니라구!, 누차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누차? 내가 이래 뵈도, 기억력 하나는 끝내 준다구, 오늘까지 치면, 단 세 번 지껄였구먼. 아는 건 좆도 없는 견습의 주제에, 뻥 치기는…
‘썩션은 자주 해 주시죠?’
하여튼 의사 쇄끼들은 좆도 아닌 곳에 영어를 써요. 내 의사 쇄끼란 놈들 치고, 미국 사람이랑 초면에 만나서 버벅대지 않는 놈을 못 봤네. …….년은 쫌 다르려나? 아니, 가래는 자주 뽑아내 주시죠? 이렇게 물으면 얼마나 좋아? 좆도 아닌 영어, 꼭 써 재끼면서, 닝기리, 지가 의사입네 내세우고 다니면, 누가 세금 깎아 준다든, 아님, 생방송 연예가 중계에서 번쩍 스타로 띄워 준다디?
‘항상 하루에 한번씩, 욕창도 검사해주시는 거 알고 계시죠?’
아내가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이 세가지가 있었는데, 오줌이야 지 맘대로 나와도, 새는 법도 없이 비닐 봉지에 담겨지니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살아는 있다고, 이틀에 한번 꼴로 싸 재끼는 대변을 치우는 일과, 목욕을 시키는 일, 그리고, 하루에 몇 번씩 내 몸을 호박전 부치듯이 휘까닥 뒤집는 일이 그러했다. 난 이렇게 되기 전에는 왕성한 식욕으로 아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몸이다. 못 먹는 음식이 없었고, 가리는 것은 커녕, 없어서 못 먹는, 이른바, 질보다 양으로 승부했던 위대한(?!) 아쟈씨. 그러나, 지금은 처량하게도 유동식 호스가 식도에 꼽혀 있어서, 음식의 맛을 기억조차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하여간, 난 병원을 상대로 할 말이 참 많았다. 그 유동식 호스에 대한 것도 그랬다. 맛이 없으면, 냄새라도 좀 괜찮은 것으로 해 주든가, 이건 뭐 미숫가루도 아니고 설랑…..게다가 왠 똥은 그렇게도 많이 싸게 허는지…..고생하는 마누라 생각해서, 토끼 똥처럼, 하기스에도 안 묻게시리, 때구르르 굴러가게 해주면 좀 좋아? 그것도 씨부럴, 풀죽 같이 죽죽 쳐지게 삐대질 않나, 아니, 내가 이 나이에 핏땡애리도 아니고 설랑, 푸른 똥은 왜 싸게 만들고 지랄이야, 지랄은?
‘저, 이따가 원무과로 좀 내려오시라고 하던데….’
‘네.’
아내의 목소리가 힘이 없어지고, 한숨이 섞일 때는 바로 원무과 호출이라는 전언을 간호사가 전할 때다. 없는 돈에 닦달을 한들, 나올 건덕지도 없었을 것이고, 겨우 자기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의 일 거리 밖에 없을 것인데……난 아내가 몸을 뒤집어 줄 때마다, 병실의 구석에 쌓여 있는, 인형 무더기와 붙이다 만 인형 눈까리 때문에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날이 밝을 때, 눈꺼풀을 열어주고 나서, 좇나리 눈이 매울 때는, 밤사이 잠 한 숨 안자고 마늘을 깠다는 얘기였고…..아마 아내의 두 손은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엉망이 되어 있을 것 같았다. 아내는 가끔 밤 사이 자리를 비운다. 밤사이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따온 날이라든가, 그나마 코딱지 만한 집구석이라도 사람의 온기가 가시고 나면, 먼지랑 바퀴벌레 밖에 들끓는 게 없는지, 아내는 집을 치우러 그렇게 가끔 자리를 비우곤 했다. 그 날은 아내가 야간 공사장의 함바 집에 설거지보조로 자리를 비운 날이었다. 옆 침대의 민식이 아빠는 교통사고로 인한 전신 골절상으로 나처럼은 아니라고 해고, 좆대가리랑, 뿡알 빼고는 전부 깁스에 붕대로 아주 도배를 한 경우다. 아내가 자리를 비우고, 내 청각은 평상시 보다 몇 갑절은 민감해져 있던 그날 밤, 민식이 아빠의 안 사람이 밤을 새기 위해선지, 뭔지는 모르지만, 오랜만에 자리했다. 얼굴은 보질 못했다. 어찌나 바쁜 일이 많은 여잔지, 병실에 잘 들르는 법도 없었다. 그나마 살기는 넉넉 했는지, 간병인이 꽤나 열심으로 움직이는 걸로 보아, 돈은 쫌 있는 것 같았고….
‘자기야! 자니?’
‘으뜨크 와쓰, 브쁘ㄹ트ㄴ데(어떻게 왔어? 바쁠텐데?)’
‘바빠도 와야지. 무슨 소리야?’
‘느 스므그니?(너 술먹었니?)’
‘쉿! 누가 들을라? 안 먹겠다구, 안 먹겠다구 그랬는데, 팀 회식이라 무작정 뿌리치기도 쫌 그렇고….., 양주 딱 세잔 마셨어.’
하이구, 믿을 껄 믿어야쥐! 이렇게 건너 침대에서도 술 냄새가 핑핑 날라 댕기는 걸 보면, 석 잔이 아마도 머그잔 이 분명할 터, 으이그, 민식이 아빠! 당신 누워 있는 동안, 참 별일 씩이나 많은 갑서!, 댁의 그 경을 칠 여편네한테 설랑…..
‘내가 책 사왔다!’
아니, 좆 이랑, 뿡알 빼고, 온 전신이 미이라 씨츄에이숀 인데, 뭔 놈의 독서?
‘이거, 보는 책이 아니고, 듣는 책이야. 당신 같이 누워있는 환자들을 위해서, 베스트셀러를 기깔난 성우들이, 연기력 팍팍 넣어서, 읽어주는 책 이거덩. 들어 봐.’
‘여프 스르ㅁ 드끄따(옆에 사람 듣겠다!)’
‘듣긴 뭘? 저 환자 식물인간 이라며? 어차피 음악 빵빵 틀어도 모를 텐데 뭐. 아함! 졸려, 당신 이거 틀어주고, 난 옆에서 눈 쫌 붙여야쥐. 새벽에 사우나 들렸다, 바로 출근 할꺼야, 알았지? 잘자, 아니, 잘 들어, 여봉!’
내 안 봐도 비디오네! 민식이 아빠, 잠들기 무섭게 튀어 나가서리, 좆나게, 씹창나게, 후장까지 싸비스로 내두르려는 거, 모르는 바 아니거덩여? 사우나는 무신…..아니나 다를까, 민식이 아빠가 몇 분 듣다 말고, 코까지 골기 시작하자, 그 여편네는 도둑괭이 마냥 살곰살곰 병실을 떠 버렸다. 누굴 탓하리요?
@@사람들은 죽음이 곧 끝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그 여편네가 틀어 놓고 간 그 책을 민식이 아빠 대신에 내가 다 듣게 생겼네. 쩔꺽대던 소음으로 보아 그 책은 CD버전이 분명했고, 민식 아빠 옆에 놓인 CD플레이어를 조작했던 것 같았다. 난 그 날밤, 새벽이 되기 전까지, 꽤나 재미가 쏠쏠한 그 책을 하나도 빼놓질 않고, 들었다. 뭐 성우가 연기력을 팍팍 집어 넣은 것은 아니고, 남다른 목소리로 그냥 읽어 주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내용은 정말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지어진 책이라는 것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영혼의 힘이라는 내용인데, 쉽게 싹둑 잘라 얘기하자면, 인간에게는 령을 살아있는 상태로 이탈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신체에서 이탈된 영혼을 생령(生靈)이라고 부르게 된단다. 뻑 하면 문자 쓰는 인간들이 부르는 말로는 그런 현상을 유체이탈이라고 한다나? 난 그 책을 들으면서 호기심이 빡시게 당겼다. 죽은 시신에게서 이탈된 영혼은 마음먹은 대로 갈 수 있었지만, 생령은 한정된 범위만을 다닐 수 있었고, 공간의 이동도 극히 제한된다는 약점이 있기는 했어도 말이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라! 한치도 꼼짝할 수 없는 몸을 빠져 나와, 자유롭게 병원 안이라도 다닐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기에….우선 그 책에서는 심신의 안정과 집중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죽기 전에 한번만 들어도 해탈한다는 사자의 서(死者의 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현실적인 길라잡이로 인해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맘 먹었다. 나의 시선이야 어차피 초점조차 맞질 않으니, 무얼 보고 있는 자체도 우스운 얘기였고, 이렇게 저녁이 되면, 아내는 가게 셔터 내리듯이, 기계적으로 눈꺼풀을 내려버려 나는 깜깜한 방안에 혼자 있는 것 같은 상태에서 수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보담 쉬웠다. 그 날부터 나는 할 일이 생긴 것에 대해서 하늘에 감사했다. 시체처럼 누워 있으면서 생명보조 장치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끔찍했건만, 이렇게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스스로의 의지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활기를 가져다 주는 일이 분명했다. 난 그 날로부터 2,3일 동안 무진장 애를 썼다. 어떤 때는 책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느낌이 찾아 올 때도 있었지만, 곧바로 현실의 나락으로 떨어져, 나의 상실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며칠 후,
‘저 원무과에서 급히 찾으시는데여…’
‘네?’
오랜만에 시원하게 등짝을 까 놓고, 건포마찰을 하던 아내가 화들짝 놀라서 나를 바로 뉘였다. 급히 찾는다는 말이 무얼까? 아내는 하던 일을 뒤로 하고, 병실을 나갔다. 난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아내의 뒤를 따라가서 뭔 일이 있는지 알아봐야만 직성이 풀릴 듯싶었다. 난 급한 맘을 가라 앉히면서 책에서 나온 대로 정신을 또렷하게 차리고 집중을 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음속의 안개 같은 것이 사라지면서, 난 갑자기 공중에 출렁 하면서 몸이 물위로 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평소의 희뿌연 영상과 틀리게 또렷이 초점이 돌아오는 천장……책에서 그랬듯이, 생령의 상태가 되면,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것도 볼 수 있게 되고, 시력은 정상을 찾아나간다고 되어 있었는데……난 흠칫 놀라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버렸다. 코 앞까지 근접해 들어가는 천장에 그나마 누가 밟고 지나간 듯한 콧대마저 찌그러 들까 싶은 반사적인 본능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내 령이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난 부유현상에 불과했다. 난 풍선처럼 공중에 둥실 떠 버린 것이었다. 성공이야! 그러나, 몸은, 아니 나의 생령은 그다지 현실적으로 제어되질 않고 있었다. 우주인의 공중유영처럼 팔다리만 졸나 흔들었을 따름이지, 제자리를 찾아 평소처럼 땅을 딛고 서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난 그제서야 책에서 얘기한 인용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신체가 없는 생령은 자신의 의지만이 현실에서 적용된다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땅이 존재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 견고한 건축물이 생령 앞에서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거침이 없이 통과될 뿐이고, 설사 그 위에 서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끝이 없는 모래지옥처럼 한없이 빠져들어가게 될 겁니다. 그 끝이 무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난 그제서야 신체조차 현실적인 물질을 갖고 있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보이는 것들은 모두 내 영혼 앞에서, 내 의지가 정의하지 않고서는, 투명한 바람 같은 존재일 따름이고, 그나마 병원이라는, 병실이라는 인공적인 건조물을 딛고라도 서 있으려면, 나의 의지는 그것을 생령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인정하고 믿어버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 그렇다면, 내 생력에 중력을 주자 말이지. 그리고, 다음에는 바닥이라는 상태를 견고한 그 어떤 것으로 인정해야 된다 이 말씀이지?’
그런 의지가 정의되고 나서부터 나는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몸을 뒤집어 발 쪽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려고 했지만, 생령의 눈으로 내 자신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다만 내 의지가 그렇다는 것 뿐….나의 눈 앞에는 복잡한 생명유지 장치에 둘러 싸인 멍한 표정의 내 시체 같은, 현실의 모습만이 들어 올 따름 이었다. 나 이면서도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게 되는 체험…..독특한 기분 이었다. 난 쑥스러운 마음에 손을 올려 평소의 버릇처럼 뒤통수를 긁으려 했다.
‘어? 이게 뭐지?’
그건 내 몸과 연결된 혼줄 이었다. 뒷목과 두개골 사이에서 자라난 듯한 그 동아줄 같은 굵기의 물체는 나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고, 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생령의 상태에서 그 끈이 끊어지면, 신체는 사망하게 되고, 생령은 구천의 혼령으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 끈으로 인해 나의 행동반경은 제약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의지와 달리 멀리로 갈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자, 이제, 병실을 나가볼까?’
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나를 다시 돌아다 보았다. 평소에 들리던 맥박의 파형음보다 조금 느린 리듬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신체는 영혼이 잠시 출장 나간 사이,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정말이지, 무의식적으로 작동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병실의 문고리를 잡으려다가 가가대소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상태가 생령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평소대로 현실의 육체를 움직여 무언가를 작동시키려고 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건 불가능했다. 내가 의지로서 눈 앞의 물체를 고정화시키지 않고서는 쥘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는 것에 아직 적응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했다. 난 그냥 통과 하기로 했다.
‘와, 졸나, 기분 더럽네.’
내가 병실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나의 생령을 통해 낱낱이 느껴지는 베니어 합판의 압착된 죽은 나무 세포, 하나하나와 그 속을 뚫고 통과하면서 느껴지는 쇠못들의 날카로움까지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난 이미 복도에 나와 있었다. 병실에 무의식 상태로 실려와서 인지, 난 병원내의 지리에 어두웠다. 난 걷는 기분으로 이제는 바닥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병원의 안내도를 보기 위해 안내판 앞에 서 있는 그 잠깐 사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는 수 많은 사람들의 몸뚱아리가 아까 그 병실 문처럼, 나에게 많은 끔찍한 느낌들을 전달해주고 있어서 그 자리에 오래 버티고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저 휠체어를 밀고 있는 저 할머니, 몸 안에 지금 밀고 있는 할아버지 보다 더 심각한 암 덩어리가 쑥쑥 자라고 있는데,…쯧쯧….아이구, 저 년, 임신했는데….허허…..저 애는 남편 애가 아니구먼…..’
난 원무과의 내부로 들어가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있었다. 아내가 훌쩍이면서, 원무과장으로 보이는 남자 옆의 책상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그 두 사람의 옆에 섰다.
‘아주머니, 사정이 딱한 건 알지만, 우리도 땅 파먹고, 이 짓 허는 거, 아니거덩여.’
‘아니, 제 말은….. 지금 현재로도 제 힘으로 감당이 안 되서….’
‘그러니 드리는 말씀 아닙니까? 부군 되시는 분, 당장 산소호흡기만 떼도, 돌아가시는 거 시간 문제 라니깐여? 뭐 안락사를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만……., 산 사람이라도 살려면, 이쯤에서 떠나 보내시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을….’
‘아니, 그럼 눈땡이처럼 뿔어나는 병원비는 워쩌실 껀데여?’
아내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더 이상 버틴다는 건, 아내를 위해서도, 죽은 시체처럼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나를 위해서도 득 될 것은 없어 보였다. 내가 살아있다고, 암만 생령의 목소리로 외친들, 아내가 들을 수나 있을까? 설사 들었다 하자, 그 의사 양반들은 아내 마저 생활고에 찌들려 돌아버렸다고 할 껀 뻔한 일이고…..난 그때, 뒤통수를 누가 잡아 당기는 것 같은 느낌에 딸려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혼줄로 부터 내려오는 신호가 분명했다. 어쩐 일이지? 난 울고 있는 아내를 남겨두고, 병실로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고, 맥박이 좀 느린 것뿐이지, 난 아까와 같은 상태로 누워 있었다. 어? 그런데 이게 뭐지? 침상 발치에 걸려 있는 오줌비닐이 눈에 띄었다. 붉게 변해서 차오르고 있는 모습…난 지금 오줌을 그것도 피오줌을 누고 있었다. 아마도 며칠간의 지랄발광으로 인해 내 신체를 붙들고 있던 정돈 상태가 큰 변화를 맞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다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암시를 하기로 했다. 다시 온 몸이 공중으로 부양되면서, 뒷목에서 혼줄이 땡겨지는 느낌을 받으며, 내 생령은 내 몸으로 스며들어갔다.
‘삐삐삐삐…..’
난 다시 초점이 맞질 않는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로 들리는 것은 내 심장 박동의 이상을 알려주는 경고음이었다.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담당 의와 간호사가 뛰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아내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었다. 별거 아니라니깐 두루!
‘바이탈 싸인 알려 주고, 참!, 오늘 아침에 hematuria 체크 했어여?’
이 씨방새야! 급할수록 영어 쓰지 마라 말이야! 피오줌 찔겼냐? 이렇게 얘기하면 우리 마누라 이해하기도 쉽고, 월매나 좋아?
‘어찌된 일이죠?’
아내의 긴장된 목소리…..
‘뭐 별거는 아닙니다만, 이렇게 누워 있는 상태가 계속되면 일어나는 증상중의 한 가지죠. 내장 기관 중에서 키드니, 아니, 콩팥이 먼저 손상되기 쉽죠. 급성 신우염이 발생할 확률도 커지고요. 이제 시작이라고 보입니다. 내장기관을 담당하는 부위에 까지 뇌 손상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합병증세가 겉잡을 수 없이 퍼집니다. 그때가 되면, 내장기관도 한계를 버티질 못하고 망가지죠. 그렇게 되면 장기기증도 어려워 지고…..’
누가 물어봤어? 물어 봤냐고요? 왠 쌩뚱 맞은 장기기증? 내가 내 장기 갖고도 기증하는데, 뼈가 딜딜 녹는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는데, 내가 미친 지랄 났다고 마누라 쌩고생 또 시킬까? 가뜩이나 불쌍해 죽겠구만….아내는 그냥 훌쩍대며, 울기만 했다. 그 날의 헤프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딸깍 소리와 함께, 아내가 어디론가 핸폰을 날리고 있었다. 연락할 가족도 없는 나나, 아내가 어디로 전화를 하는 걸까? 고아원 원장 선상님?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죽는다면, 그 수녀님 밖에 더 모실 분이 없는, 나와 아내의 처지는 정말 누가 봐도 졸나리 처량하다. 또다시 밤이 찾아오고, 아내는 일을 하러 갈 작정인지, 내 눈꺼풀을 살며시 내리며, 이마에 언제나처럼 입을 맞춘다.
‘여보! 나 갔다 올께.’
##나두 나두 절라두!##
그러나, 그건 메아리였을 뿐, 내 귀에는 닫히는 문소리뿐이었다. 난 아내를 위로하고 싶어졌다. 피 오줌을 지릴 망정, 다 죽어간다고 해도, 그렇듯 착하고, 순딩이였던 아내를 저렇게 버려두기에는 나의 망가진 몸뚱이가 너무 미워지고 있었기에…. 난 다시 몸에서 빠져 나와야 했다. 제약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난 아내를 따라가고 싶었다. 몸을 빠져 나오고 오랜만에 대했던 아까의 아내 얼굴은 수척했었다. 그 곱던 긴 머리가 빗기도 귀찮았던지, 뒤로 질끈 묶어버린 초췌한 모습…..그녀는 너무 지쳐 보이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땅만을 바라 보고 있는 그녀의 앞에서 내가 생생한 느낌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눈물만 뚝뚝 흘릴 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버스가 오고, 그녀는 힘든 발걸음을 떼고 버스에 올랐다.
‘아주머니, 요금이요!’
아내는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다. 지갑을 계수기에 대고 요금을 내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아내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구석에 비어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밖은 이미 어두웠고, 아내의 손에 들려진 핸폰 에서는 계속 진동이 오고 있었고, 메시지까지 도착했는지, 번쩍거리기 까지 하고 있었다. 팔을 괴고 창 밖으로 바라다 보고 있는 아내는, 무언가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건 작은 소리였지만, 노래가 분명했다. 난 귀를 기울이지 않고도, 그 노래가 무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를 간호 하면서도 끝까지 보려고 애를 썼던 그 드라마에서 나오던 노래였다. 아내는 그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내가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어도, 아내는 나에게 아무런 것도 해줄 것이 없다고 하면서, 시간만 나면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불러주던 그 노래…..내가 잊을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아내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울먹이면서도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추억 속에 그대, 올 걸 알아요. 이젠 그대 뒷모습을 믿어요. 그대는 여전히 날 반하게 하죠. 오늘도 그댈 사랑해……’
아내의 노래는 길게 가질 못했다. 아마도 울먹이기 때문인가 보다. 참 여편네 하고는….
‘덜컹!’
버스가 울컥거리면서 사람들이 앞으로 쏟아지고, 중력을 인정하고 있던 나도 밀리다가 버스 바닥에 쓰러졌다.
‘에이 띠발, 운전 쫌 똑바로 하지.’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면서 나도 얼결에 뒤로 밀려났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어서 버스는 아내를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놓았다. 눈에 익은 모습. 주변은 그대로 였다. 아내가 지하 셋방의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 문 앞에는 못 보던 구두가 놓여 있었다.
‘떨꺽!’
‘이제 오는 겨? 내 월매나 전화 혔는디….’
‘네….’
엥? 이건 또 뭐야? 그럼? 내가 없는 사이에 저 민대머리 샤끼랑 그렇고 그런 씹빠빠? 난 불끈 화가 치솟았다. 방안에 들어선 아내를 정중하게 모시는 그 쇄끼.
‘앉어 봐. 내 아까 전화한 대로, 병원에 인터넷 뱅킹인가 뭔가로 원무과로 입금 혔당께. 앞으로 3,4개월은 족히 삥삥 놀아도 될 돈을 부쳤응께, 걱정 붙들어 매드라고….그때까정 버티겄어? 남은 돈은 장례비 쪼로 쓰면 될 꺼이고….이리 돈으로 해결될 껄 가지고, 그렇게 남의 애간장을 태웠던 겨? 산 사람은 그래도 살아야 쓰지 않겄냐, 이 말이지, 내 말은….그리고, 그 돈은 내 마누라도 모르는 비자금이여, 비자금…..아까 전화로 얘기 헌대로 자네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 해설라무네, 내가 갖고 있는 자네 주민증을 갖고, 그 무작시리 많은 돈을 현금으로 구좌를 개설 혀갔꼬, 그 돈으로 부쳤응께, 나중에 누가 뭐라 혀도 꿈쩍할 거 없어야, 알으?’
‘네.’
이런 니기미, 씨부럴 씨츄에이숀 같으니라구! 나 없는 사이에 일수 돈 놓는 이 영감탱이랑 바람이 나? 그것도 내 장례비용까지 덤으로 받아가면서? 참! 세상 믿을 년 하나 없다더니….
‘어여 쫌 씻고 오지?….나, 월매나 굶주렸는디….이 날이 오기를 좆꼽아 기둘린 게, 월만지 몰러. 볼껴? 나 약도 처먹고 왔다니깐 두루?’
아마도 아내는 끝끝내 버텨 오다가 오늘에서야 돈이 오가고 몸을 허락하기로 한 모양 이었다. 난 속이 북쩍북쩍 끓기 시작했다. 혼령 주제비에 끓을 속이 어딨나? 왜 없어!
‘잠깐만 기다리세요. 좀 씻고 올께요.’
난 아내의 뒤를 따라 갔다. 어차피 약 처먹고 벌떡 선 좇대가리야 봐야 그게 그거였기에….아내는 욕실로 들어가 찬물을 틀기 시작했다. 묶었던 머리를 길게 풀어 내리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내의 몸은 정말 싱싱했었다. 지금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가고 있었고, 초췌한 얼굴하며, 엉망으로 얽은 손매무새…저러고도 바람을 필 여유가 있는 것인지, 나는 아내에게 묻고 싶었다. 더운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아내는 아랑곳 하질 않고, 바가지로 정신 없이 찬물을 온 몸에 끼얹었다. 비누를 손에 들고, 비누거품을 샤워 타올에 묻히면서 아내는 온 몸에 비누칠을 하면서 다시 울기 시작했다. 문 밖에서는 기둘리던 약 처먹은 좆대가리가 덜렁대고 있을 터인데, 왠 눈물?….그러나, 울음을 참아가면서 아내의 입에서 흘러 나온 것은 또 그 노래였다.
‘…흑흑… 그대만 날 안아줄 수 있나요? 힘겨울 땐 내 품에 고개를 묻어요. 그 누구보다 그댈 이해할 수 있는 나, 이렇게 가까이 있는 내게….
아직도 날 꿈꾸게 하는 사람. 기대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언제나 내겐 변치 않는 멋있는 사람. 영원히 날 지켜줄 사람…….’
노래가 그치고, 아내는 쭈그려 앉은 채로 울음을 가까스로 멈췄다.
‘자기야…나 어쩌니?...... 나 어떡하면 좋니?.....’
아내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난 고개를 돌려 버렸다.
‘뭐 하는 겨? 약발 들을 때, 얼릉 나오질 않고설랑?’
‘네. 나가요.’
그럼 그렇지. 니가 그렇지….난 또다시 힘이 주욱 빠져, 밖으로 나갔다.
‘잠깐 만요.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부엌에 나가서 물 쫌 먹고 올께요.’
난 이제 지치고 있었다. 부엌에 나가 오만상 그릇들 덜그럭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물을 먹는다는 그녀….이제 곧 있으면, 내 눈 앞에 있는 이 느글대는 대머리 영감탱이의 약 처먹은 좆대가리에 만신창이가 될 그녀….이걸 기어이 봐야 하나, 아님, 돌아가야 할까?
‘얼릉 와? 뭐 허는디, 요로코롬 늑장을 핀디야?’
‘가요.’
아내가 방으로 들어서면서 바닥에 몸을 가리고 있는 수건을 떨어뜨리면서 벌거벗고 준비자세에 있던 영감의 옆으로 쪼그려 앉았다.
‘아효, 그 동안 몸이 많이 상했나벼?.....하이고…..요 탱실한 젖퉁이 쫌 보지? 오매 저 털 쫌 보소….호랑이가 나와도 서너마리는 나오겄네…..자, 이제 시작이여, 알겄제?’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영감이 스르륵 누우면서 좆대가리를 하늘을 향해 세웠다.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핏줄이 불거진 약 처먹은 좆대가리…아예 살색을 넘어서서 연탄 빛이 다 되어 있었다. 아내는 눈을 감고 쪼그리듯이, 영감의 좆 위로 얼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안의 반도 들어가질 않았는데 아내는 구역질을 했지만, 이내 참아 내면서 좆을 쭉쭉 빨기 시작했다.
‘여효, 좋아..좋아 죽겄서….얼릉 보지 쫌 벌려 보랑게….하이고…요로코롬 이쁜 보지가 인제부텅 내 꺼란 말 아녀? 좋아 죽겄네…으히고….쭙쭙…쩝쩝….줄줄…냠냠…’
아내는 상을 찡그리면서 영감의 집요한 공세를 가까스로 참는 듯이 보이고 있었다. 영감은 아가리만 살았던지, 아내의 보지를 양 손가락으로 찢어질 듯이 벌리고, 구녕이 다 헤질 것처럼 빨아대고, 핥아대고, 손가락으로 쑤시고, 지랄을 떨었다.
‘허이고…..이 물 쫌 보지? 씹물이 철철이 홍수여…..흐미 잡것! 구녕은 좁쌀만 한 게 빡빡 쪼여 주겄네…캬, 내 시방, 디져도 돈 하나 안 아깝다 그 말이여….으흐…윽….좆대가리 디진다..오매…..미쳐부러……’
그러기도 할 거다. 이 씨부럴 영감탱이 쇄끼. 우리 마누라 라서가 아니라, 쌕 하나는 정말 잘 쓰는 거, 니 놈이 용케 알아 버렸구만……
‘어여, 올라 타. 이제 홍콩 보내 줄팅게….이 좆대가리로 한때는 여자 몇 다발은 아작 냈다 안혀? 얼릉 뭐 허고 있어? 좆은 그만 빨고……’
아내의 감겨졌던 두 눈이 살며시 떠 있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풀려가는 기운….꼴려도 단단히 꼴렸을 때의 모습이 분명했다. 아내는 비틀대면서 고개도 못 가눌 정도로, 씹물을 질질 흘려대면서, 영감탱이의 우뚝 솟은 좆대가리 위로 엉덩이를 힘들게 옮기기 시작했다.
‘옳치, 그려…..허이구…잘허네..으그극….내 그럴 줄 알았다니께!....으흐…으흐….좆대가리 동강날 것 가터…..잘 현다! 쑥쑥 쑤셔번져…옳지….윽윽….하이고, 황천가도 요것 보담은 못할 것이여…으흐..으흐…저 철푸덕 거리는 것 쫌 보지? 쌩 고등어 날 뛰는 거랑 똑 같네 그랴!..으흐..흐미, 좋아분거…..흐미…..잡것!…이렇게 잘 허면서 이제까지 왜 뱄디야?...으흐..으흐….엄니, 나 디진 당게요!.....’
차마 보지도 못할 만큼, 아내는 그 좇대가리에 보지가 거덜 나는 지도 모른 채, 엉덩이를 돌려댔다. 뒤에서 보니 질척이다 못해 좆물을 싸 놓은 것처럼 영감탱이의 좆대가리는 번들거리고, 사타구니와 불알 양쪽으로 아내의 씹물이 질질 튀어가고 있었다.
‘얼릉 자빠져! 내 좆물 쫌 실컷 싸 보게, 얼릉?’
위에다 올려 놓고 실컷 쑤셨는지, 이제 영감탱이는 좆물 놀이를 할 모양 이었다. 아내를 밀어 내듯이 방 바닥에 자빠트리고, 위로 냉큼 올라탔다. 아내는 등을 대고 누워, 풀린 눈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시체처럼 가랭이를 벌리고 있었다.
‘이 살결 쫌 보소! 흐미, 좆이 쩍쩍 들러 붙어 야?
윽윽윽윽….철푸덕…철푸덕….철푸덕’
영감탱이의 허릿짓과 아내가 질러댄 씹물로 인해 흐르는 그 철벅거림은 비오는 날, 일부러 뛰어가던 길가의 물웅덩이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렸다. 난 아내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아내의 옆으로 돌아갔다. 무릎을 꿇고, 아내의 눈을 응시했다. 씨발년!, 좆 같은 년! 아무리 내가 시체처럼 누워 있다고 이렇게나 함부로 몸을 굴려?
‘여보!......미안해요……여보! 나 어떡하면 좋아요? …여보! 미안 해요…미….안….해…ㅇ’
풀려가는 아내의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그리고, 버려지듯이 입에서 나오는 음성은 그 눈빛과 함께 힘없이 방바닥으로 퍼지고 있었다. 영감탱이의 사정으로 아내의 온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아내는 눈을 뜬 채로,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어 버렸다. 그것은 흡사, 생령의 형체라 할지라도, 자신의 앞에, 분노의 표정으로 자신의 타락을 지켜보는 나의 눈빛을, 바라다 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지만, 바닥의 담요를 붙들고 있는 손아귀가 서서히 풀리고 있는 것을 난 알지 못했다.
‘흐미, 미쳐부러….헉헉….어이, 임자! 임자! 정신을 놨는가? 어허…역시 약발이 좋은가벼….어흐, 시원한 거…나 그럼 가! 내일 또 올껴! 기둘리고 있으랑게!’
영감탱이는 정신을 잃은 아내를 두고, 혼자 옷을 챙겨 입고 방을 나섰다. 난 그 영감탱이를 밟아 버리고 싶었다. 난 정신 없이 그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영감탱이가 바지를 치키며, 큰길 옆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로 다가가는데,
‘끼익……꽝!’
자신의 차를 앞두고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내려고 머뭇대는 순간, 뒤에서 영감을 덮치는 고급승용차의 돌진은 순식간 이었지만, 대단한 속력을 지니고 있었다. 길 가에 쓰러져 신음하는 그 영감탱이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던 그 차는 뒤로 후진을 하면서 그 몸을 차로 다시 지근대며 밟아버렸다. 그리고 열리는 운전석의 창문……
‘퉤! 씨발놈의 영감탱이….잘 디졌다. 어디 황천 가서도 오입질 허나, 내 두고 볼껴!’
내 앞에서 침을 뱉고 사라지는 그 늙은 여인은 영감탱이의 조강지처가 분명했다.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 부인만은 남편의 끊임없는 오입질에 그 한계가 왔던 모양 이었다. 이효! 속 시원해. 쌤통 이다. 이 개쇄끼야!
‘어 참,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어여 병실로 돌아 가야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런 생각을 품은 것과 동시에 내 령은 이미 병실로 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병실에는 한 밤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직의들과 간호사 들이 내 몸 주변에 몰려 있었다.
‘닥터 김, 아무래도 아니야. 이제 포기해…어서 정리 하자구! 정간호사님, 보호자에게는 연락 했어요?’
‘네. 그런데, 핸폰을 받질 않아요.’
난 속으로 좆나게 씹질 하다가 기절했는데, 전화 받을 새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원무과 에서 그러던데, 그 보호자 분 있잖아요? 맨날 돈 없다고 원무과 와서 혼나던 아주머니요.’
‘응, 기억 나. 근데?’
‘아까 원무과장님께서 퇴근하시면서 그러시든데, 밀린 병원비며, 혹시라도 사망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다고 하면서 장례비용까지 송금이 완료 되었다고 그러 시던데요? 그리고, 그 아주머니께서 아까 나가시기 전에 과장님께 편지도 남겼대요. 뒤를 잘 부탁한다고….’
‘아니, 없던 돈이 어디서 뚝 떨어졌나? 어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영안실로 옮기고, 보호자나 빨리 오라고 연락해. 오늘 잠 다 잤네. 으이그….’
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문득 어디선가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에 놀라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내 뒤에는 널부러져 있다고 생각되던 아내가 예전처럼 고운, 긴 머리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여보…..아까 저 당신 보았어요.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당신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거…..미안해요. 내가 죽어서라도 당신이 남들에게 쓰레기 취급 받는 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어서…..’
‘어떻게 내가 보였지? 난 생령 이라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텐데…..’
‘당신 뒷머리를 한번 만져 봐요.’
‘응?’
내 뒤통수를 절벽이라고 놀리던 아내와의 기억을 떠 올리며, 머리 뒤를 만져보았다. 그러나, 그곳에 있어야 할 혼줄이 없었다. 그제서야, 난 이미 죽어서 혼령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당신, 기억나요? 고아원에서 원장 수녀님이 그러셨잖아요? 천생연분인 사람들은 죽을 때 즈음에, 언뜻언뜻 배우자의 흔들리는 영혼이 보인다구요. 저 당신이 나를 따라 원무과에 내려왔을 때도 보고 있었어요. 전 그때 알았어요. 이제 내가 당신을 따라 갈 때가 되었다는 것을요. 여보, 미안해요. 난 당신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해준 게 아무 것도 없어서….미안해요.’
난 그제서야, 아내가 부엌에서 물을 먹은 것이 아니라, 죽을 순간을 위해 모아둔 수면제를 먹었다는 것을 말이다. 여편네 하고는…..그럼, 그렇지…
‘여보!.....’
내가 그녀를 안을 수 있을는지, 영혼으로서 느낌이 있을지 없을는지, 그런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 안겨 그 포근했던 생전의 느낌을 나에게 흠씬 전해주고 있었으니, 그것으로 다 된 거 아닌가! 천장의 저 구석부터 환한 빛이 점점 우리 두 사람을 향해 번지고 있었다. 하늘이 열리는 모양이었다.
‘여보,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당신을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바보 천치 지만, 당신만 믿고 살았어요. 고마워요…..지금도 사랑하고 있어요….’
아내가 부르는 그 노래가 떨리고 있었다.
‘추억 속의 그대는 웃고 있지만, 이젠 그대 뒷모습도 말해줘. 지쳐만 간다고, 흐려져 간다고, 날 안아주던 다짐은 한숨 되어, 그대 발걸음은 나를 이끌어, 우리, 지금 이곳까지 온 것 같은데… 그 자신 있었던, 내 믿음 이었던, 그대의 눈빛을 기억해요.
그대만 날 안아줄 수 있나요? 힘겨울 땐 내 품에 고개를 묻어요. 그 누구보다 그댈 이해할 수 있는 나, 이렇게 가까이 있는 내게….
아직도 날 꿈꾸게 하는 사람. 기대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언제나 내겐 변치 않는 멋있는 사람. 영원히 날 지켜줄 사람.
추억 속에 그대, 올 걸 알아요. 이젠 그대 뒷모습을 믿어요. 그대는 여전히 날 반하게 하죠. 오늘도 그댈 사랑해.
그대만 날 안아줄 수 있나요? 힘겨울 땐 내 품에 고개를 묻어요. 그 누구보다 그댈 이해할 수 있는 나, 이렇게 가까이 있는 내게….
아직도 날 꿈꾸게 하는 사람. 기대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언제나 내겐 변치 않는 멋있는 사람. 영원히 날 지켜줄 사람.’
아내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그 빛이 우리 두 사람을 완전히 감싸 안을 때까지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건 정지된 시간이었다.
-끝- |